2편 희망과 미래 - 뉴서울필하모닉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이지아
 1편 고백에 이어 2편..

희망과 미래

몸이 안 좋은데 병원에도 못 가고 며칠 침대에 누워 있었더니 등짝과 허리가 아픕니다.

그동안 내리던 비가 그치고 따뜻한 봄날의 오후..

햇살이 좋지만 구름도 많아 가끔 구름에 가려질 때는 다시 따뜻한 햇살을 기다리는 정원에서 빨래 줄에는 카페트만 하나 덩그러니..

맨발로 아내를 위해 만든 데크에 나와 예전에는 차 마시며 아내와 담소를 나눴는데 지금은 빈 위스키 병에 꽁초를 쌓아 가며..

지피지기라고 했던가? 우선 나를 알아야 한다.

내가 이렇게 힘들고 아내가 힘들어 하고 가족과 주위를 힘들게 하는 원인은 대체 무엇인가?

아내를 사랑합니다.

지금? 뭔 소린가 하실지도 모르죠. 보고 싶어 왔다고 했더니 어머님이 먼저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비난하는 게 아니고 이해를 못해서 그럽니다. 이제 이해 해 보려고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아내가 그랬습니다. "당신은 꾸준하다고 그러더니 정말이네.." 그 말이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날씬하던 아내가 일본에 올 때마다 달라지더니 결혼하고 불어난 몸에 자신이 없었나 봅니다. 이제 안 이쁜데 왜 자꾸 이쁘다고 하냐고 하더군요.

"아냐 내 눈엔 여전히 이뻐!"

"아침에 현관에서 뽀뽀하고 출근해도 회사에 도착하면 또 보고 싶어."

그러면 아내는.. "당신 자신한테 최면을 거는 거 아니예요? 내 아내는 이쁘다. 이쁘다 하면서?" 그러면서 매번 부정하더니 나중에는 변함없는 제 마음을 알아 주더군요.

그래서 그랬는지 영국 드라마 "에프터 라이프 앵그리맨"을 보면서 제 생각을 했다고 꼭 보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드라마 내용이 아내를 병으로 먼저 보내고 매일 그리워 하며 세상과 주위에 화만 내는 중년 남자 이야기인데 그거 보면서 당신도 그럴꺼 같다고 제 생각이 많이 나더랍니다.

내탓이요

자수성가형의 특징 중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자기 탓을 하는 거랍니다.

저는 아직 성공으로 가려면 9만리나 남았지만 부모가 반대하는 유학을 지인한테 학비 빌려서 왔는데 지금까지 버티면서, 저도 어떤 문제가 있을 때 남보다는 내 탓을 하며 해결하는 방법이 가장 빠른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내하고도 싸우면 반성할 것만 남겨두고 빨리 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마음의 준비는 있었다고 하지만 갑자기 제 이불 안으로 아내하고 아이 둘이 들어 왔으니 뒤척이며 자리를 잡아 갔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먼저 화를 낼 때도 있었고 아내가 공격하는 방식으로 똑같이 반격도 해 봤습니다. 그렇지만 좋은 방법이 아니란 걸 깨닿고, 아내가 제 자존심을 건드려 화가 날 일이 늘어 났어도 제 자존심 보다 아내가 소중하다는 걸 깨닿고는 그걸로 화 내는 일도 줄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얘기도 누구 탓을 하려는 게 아니고 잊으려고 노력했던 일들을 다시 떠올려 가며 지금까지 일을 나름 분석 해 보려고 합니다.

장인어른 그리고 장모님

말도 안되는 일로 심려를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제가 한 일이 정말 말도 안 되는 짓이라고 생각하시죠? 저는 그 말도 안되는 일을 지금까지 겪고 이번에도 경험하고 왔습니다.

단 한번만이라도 제 입장도 생각해서 읽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언제부터 따님 일이라면 눈 가리고 귀 막고 저한테만 나무라시는데..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제 글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해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번에도 여기에 올립니다.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고 화만 내지 마시고, 사위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제가 드린 말씀이나 제가 보낸 글을 이해하기 보다 저한테 나무라시는데만 여념이 없으셔서 주위 사람들도 읽는다고 생각하면 적어도 한번은 제대로 읽어 보실테고 제3자는 어떻게 이해할지 생각이라도 해 보실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물론 용서를 바라거나 변명을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미련?

제가 하는 행동이 복수나 미련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아닙니다. 다른 의미의 미련은 있습니다. 그것은 아내에 대한 미련이 아니고 기회에 대한 미련입니다. 저한테는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차근 차근 설명 드리겠습니다. 아내한테 느끼는 감정은 미련이 아닌 사랑입니다. 저는 아내가 여전히 이쁘고 사랑스럽습니다. 그건 수많은 아내의 주사와 시비를 겪고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런 말이 나와?

끝내자고 하는 행동이라 생각하신다면 아닙니다. 저한테만 몰아 세우지 마시라고, 저만 잘못한 게 아니라고 드린 설명이었습니다. 억울하고 답답하고 희망을 잃은 한 남자의 발악이었습니다. 시비 걸고 싸우고 계획된 방향으로 몰아 가는 인상만 남기는 흐름에서 제발 벗어나고 싶습니다.

사위는 자식 아닙니까? 그 자식이 부모님 댁에서 경찰 부른다는 협박에 쫒겨 났습니다.

아내가 주사 부리고 시비 거는 영상 보시고 그거 한번만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사는 내내 주사 받아 주면서도 빨리 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아내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생각된 건 작년 10월에 제가 처음 연락 없이 방문하게 되었을 때부터였습니다. 아내의 행동과 그 이후의 상황이 계획이었다는 인상을 받기 시작했거든요.

한국 다녀 오면서 제가 하는 프로젝트 일이 끊기기 시작하더니 2월 말에 일 그만두고 다른 일 찾아야 하는 시기에 한국에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화만 내고, 오지 말라고 점점 멀어지는 아내를 어떻게 풀어 줄까, 설득할까 그 생각 밖에 없었습니다. 지난번 한국에 다녀 오고 부터 또 굳은 표정으로 하루 하루 사람 피를 말리는데 너무 괴로웠습니다.

이번에 한국에서 지낸 3주간, 그동안 잊으려고 노력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이유를 생각 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제 아내한테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 아내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입니다. 생활 할 때도 여행 할 때도 의논하고 결정하는데 있어서 대부분 최선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논하다가 아내가 고집 부리는 거 있으면 따르고 때론 제가 고집 부릴 때는 아내가 따라 줘서 나중에 생각해 보면 그때 그때 좋은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들고, 지나고 돌이켜 보면서 우리의 선택이 참 좋았다는 얘기를 같이 한 적도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따라 줘서.. 또는 당신이 내 의견을 따라 줘서..

그렇지만 그런 제 아내도 결혼 생활에선 자기 의지와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 받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책임과 의무에서 항상 도망치게 길들여져 있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방문하기 전에 아버님 어머님께 글을 보냈을 때 왜 부모 탓을 하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한번 생각해 보세요. 어머님이 그런 친정이 있었으면 지금까지 아버님과 사셨을꺼라고 생각하세요? 싸우고 친정에 가면 아빠가 꼬박 꼬박 돈 넣어 주고 엄마 카드 쓰면서 애는 부모님이 다 챙겨 주시고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건, 언제 나가서 언제 들어 오건 누구 하나 신경쓰지 않는다면 화해하고 돌아 가고 싶으셨겠어요? 아버님 술 때문에 평생 힘드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님은 친정에 안 가셨을까요?

그리고 아버님은 어머님이 시비 걸고 싸우고 친정에 가서 안 오고, 올 때 되면 또 시비 걸고 싸우는데 어떻게 하셨을꺼 같으세요?

사람은 말 보다 행동을 분석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합니다.

행동 분석

1월에 제가 한국에 들어 갔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방 문이 고장나서 잘 안 닫히는 아들 방을 제가 쓰고 있을 때 아내하고 말다툼을 했습니다. 제 목소리가 컸던지 아내가, 부모님하고 애들한테 우리가 싸우는 거 티내고 싶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당신 방에서 얘기 하자고 했습니다. 아내 방이 제가 지내는 방을 거쳐서 더 들어 가야 하니까 거기서는 안 들릴테니..

그랬더니 제대로 닫히지 않은 방문 바로 앞 의자에 앉은 아내가 여기서 그냥 얘기하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화제를 자꾸 바꾸더니 "내가 당신 그래서 답답하다고 하는거야!" 하며 아버님 어머님 들으라고 하는 사람처럼 갑자기 소리 지르더군요.

그때 알았습니다. 예전에 아버님 어머님 주무시는 안방 앞에 있는 식탁에서 저 혼자 조용히 술 마시고 있을 때 아내가 와서 왜 소리 지르고 싸웠는지..

일본에서도 애들 듣는다고 소리 좀 낮추라고 하면서 왜 자기는 더 큰소리를 질렀는지..

이번에 일본에서 아내가 접시 깨고 난동을 부리던 날 어머님한테 안부 전화하니까 왜 갑자기 고래 고래 소리 지르며 덤볐는지..

한번 술 먹고 시비 걸면 끝이 없어서 저는 자리를 피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람 얘기하는데 피한다고 더 화를 내서 그때는 어머님한테 연락해서 안부나 묻고 끊으면 그칠 줄 알았습니다.

"어머님 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통화 하는데 옆에 딸 목소리가 들려서 "소윤이 뭐 해?" 하고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데 아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아버님의 "대체 왜 들 그래?" 하실 때 제 아내의 목소리가 점 점 더 커지는 거 들으셨죠?

제 아내는 그렇게 자기가 피해자라는 인식을 가족들한테 심어 주려고 했습니다. 왜?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사실 제가 보기에 엉뚱하고 이상한 행동이지만 부모님은 모르시니 그런 상황에선 싸우는 줄로만 아실테고 사위가 어떻게 하길래 우리 딸이 저러나 하는 생각 밖에 안 드셨겠죠.

아내의 이상한 행동과 그 이유

아내는 아빠한테 업히고 싶거나 아빠 등에서 내려 오기 싫을 때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아내가 한 얘기들 중에 지옥이라는 표현이 몇개 있습니다.

'전 남편과의 결혼생활 전부가 지옥이었다.'
'애들 임신했을 때 지옥이었다.'
'일본에서 지낸 1년이 지옥이었다.'

여기엔 이상한 표현이 하나 있습니다. 임신했을 때 지옥었다는 말은 보통 엄마가 할 수 있는 표현이 아닙니다.

그리고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지옥이라 표현했던 상황이 전부 아빠 등에서 내려 왔을 때입니다. 생활을 부모님이 책임지고 일상을 부모님이 챙겨 줬던 시기가 아니었을 때 지옥이란 표현을 했습니다.

스스로는 걷지도 못하고 조금 걷다가 다시 업어 달라고 조르는 따님 나이가 이미 불혹이다 보니 스스로도 부끄러운 건 아는지 저를 재물로 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아는 걸 그리 꺼려했나 봅니다.

그렇지만 저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부모님 뒤에 숨어서 대화는 안 하고 오지도 않는데 제가 누구하고 얘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처음부터 싸우면 부모님께 말씀 드렸다고요? 맞습니다. 그 처음이 결혼전에 아내가 임신했을 때 화부터 내고 의논도 없이 낙태한다고 했을 때 아내가 한국에 있을 때라서 답답한 마음에 부모님께 연락 드렸습니다.

그렇게 아내가 전화를 안 받으면 부모님한테 연락했더니 이제 전화는 꼬박 꼬박 받아 줍니다. 그렇지만 일상적인 얘기만 할 뿐 떨어져 사는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어도 그건 절대 받아 주지 않았습니다.

둘 문제로 싸웠을 때는 서로 상대가 싫어 하는 행동을 안 하려고, 고치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내도 그 부분은 너무나 잘 하고 때론 제 행동을 예측해서 "또 이러려고 그러지? 으이그~ 으이그~" 하면서 놀리는 시늉을 하면 제가 어쩔줄 몰라 하는 것 보고 경쾌하게 웃으면 저는 그 모습이 또 이뻐서 "역시 당신은 똑똑해~" 하며 즐거웠습니다.

외롭고 힘들게만 살아 왔던 저는 아내의 잔소리도 너무 행복했습니다.

처음에 한국에 갔을 때는 신경도 안 쓰다가 제가 서운하다고 몇번 싸우고 나서는 일상적으로 통화하면서 청소가 그게 뭐냐, 설거지통 아래도 가끔 닦아라, 비타민 챙겨 먹었냐 등등 잔소리를 하는데 저는 "알았어 할께요." 때론 "하려고 했어요." 대답하며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그 관심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아내의 계획된 행동에는 절대 사과도 인정도 없었습니다.

계획된 행동이라고 단정하는 건 그동안의 일들을 종합해 보면 패턴이 일정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한국에 갈 때는 술 마시며 주사로 시작하고, 한국에서 일본에 오기 싫으면 화부터 내고 시작하는데 그 둘 다 비행기표 예약하기 전이라는 사실입니다.

아내가 먼저 "이제는 가야죠." 했어도 "언제쯤 와요?" 하고 물어 보면 대답은 안하고 화제를 돌려서 다른 일로 화부터 냈습니다.

그럴때는 아무리 달래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결국 화를 내면 제 행동에 대해서만 수십번을 얘기하며 원래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시키는 사람처럼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아내는, 제가 아내의 행동에 대해 두번만 얘기해도 "또 그 얘기야? 지겨워 죽겠어!"

아버님 어머님이 아직도 이해를 못 하시니..

가장 최근의 일을 다시 한번 정리해서 말씀드릴께요. 이게 2번째인가요? 아님 3번째? 절대 비난이 목적이 아닌 상황 설명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독자가 두분만은 아닐테니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결혼 기념일 여행을 잘 다녀왔어요.

다음날 일요일에 아내가 좋아하는 라멘집에도 가고 카페에도 가서 데이트를 했습니다.

월요일은 평일이라 저는 집에서 일하고 아내는 제가 아내 지갑에 넣어 둔 돈으로 쇼핑하고 커피 마시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는 아내가 사 온 것과 제가 만든 찌개를 먹으면서 아내가 추천한 드라마를 봤습니다. 그러면서 술도 마셨는데..

1. 드라마에 대해 얘기하다가 뭐가 기분이 나빴는지 억양이 높아져서 제가 위험을 감지하고 "그럴 수 있겠네. 당신 말이 맞아요." 했더니 제가 꼬리 내리는 거 눈치 채고 "이러다 내일이면 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잘 해 줄꺼지?" 하는 비아냥으로 시작해..

2. 시비 걸 때 매번 등장하는 엄니 얘기로 또 제 속을 뒤집어 놓고

3. "너! 너! 너는 남자답지 못해! 넌 70년대를 살아서 이해 못하지? 난 2천년대를 살았어!" 하며 끝이 없는 시비를 거는데

4. 어떻게든 빠져 나가 보려고 제가 딸하고 통화하는데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해

5. 전화 끊었더니 음식 엎어 버리고 유리컵 깨고 접시 깨고..

여기까지가 제가 참으면서 받아 준 내용입니다. 어떠세요? 아버님 어머님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행동인가요? 이게 싸움이에요? 일방적으로 저를 학대하고 시비 걸고 괴롭히는 거 아니예요?

6. 마지막으로 쌍욕으로 마무리..

이때 제가 참지 못하고 빰을 때렸습니다.

아내는 경찰 부르고 구급차 불러서 병원에 가 진단서 끊고 대사관에까지 연락을 했더군요. 그리고 다음날 짐 챙겨서 한국행.

이후로 제 행동으로만 상황을 몰고 가는데 아내는 저한테 빰 맞았다는 얘기를 정말로 수십번했습니다. 저는 두세번만 얘기해도 아버님 어머님은 제가 포용하지 못하고 왜 자꾸 거론하냐고 생각하시죠?

제가 사과하고 달래 주려고 노력해도 아내가 자꾸 거론하며 대화를 피해서 제가 답답해 하는 건 이해 못하시겠죠?

제 아내가 자꾸 거론하는 건 모르시겠지만, 부모님 앞에서도 그랬습니다. 부모님 알게 하지 말라는 아내가 부모님 앞에서 저한테 얘기할 때, 때렸다는 말을 6번이나 써 가면서 부모님 들으시라는 설명처럼 얘기 했던 거 기억하시죠? 경찰 부른다고 협박하고 방역택시 불러도 제가 안 나갈 때 아내가 했던 말.

아내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단순한 주사가 아니라고 생각될 때부터 유심히 관찰해서 저는 기억합니다.

주사를 받아 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자꾸만 상황을 자기가 계획했던 데로 밀고 나가는 사람처럼 꿈쩍도 안하고 대화를 시도하면 또 싸웠던 얘기로 돌아가서 언쟁을 이어나가는 건 정말 미칠 노릇입니다.

아버님은 제 아내의 이런 행동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싸움

싸움이요? 싸움은 힘의 균형이 맞았을 때 할 수 있습니다.

아빠 등에 업혀서 안 내려 오고, 아빠도 내려 놓으려 하지 않으셔서 대화도 피하는데 싸움이 가능하겠습니까?

일본에서 또는 한국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싸웠을 때도 아내는 사과를 잘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아내는 제가 미안하고 고마워 할 정도로 그 뒤의 행동을 조심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빠 등에서 내려 오라고 할 때는 한치의 양보도 없습니다.

부모의 마음

아버님도 고생하셨지만 저희 아버지도 참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그래서 외아들인 저만은 편하게 살라고 "너는 훌륭한 사람 되려고 하지 말고 사업과 정치는 집안 망하는 거니까 절대 안되! 그냥 공무원이나 하면서 아빠 재산이나 지켜" 라고 말씀 하신게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였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아버지가 10억을 버셨으면 저는 100억을 번다는 각오로 유학을 택해서 한국에서도 독립해 본 적이 없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제가 외국에서 뛰기까지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아들은 부모 보호 아래서 제대로 걸을 수 있게 하려고 스무살에 독립시켰습니다. 걷다가 넘어지면 일으켜 줄 수 있지만 뛰다가 넘어지거나 꿈을 찾아 날다가 떨어지면 쉽게 일으켜 줄 수 없다는 거 아버님도 아시잖아요.

전남편하고 처음으로 걸음마를 시작했는데 다시 업으시더니, 왜 이번에도 아버님은 저희 아내와 저한테 기회를 안 주세요?

아버님 어머님이 결혼하시고 5년간 싸우셨다고 하셨습니다. 갈등은 서로를 알아 가는 과정이잖아요. 그건 둘이 해결해야 하는 거잖아요.

같은 입장과 같은 공간에서 서로 포용하고 양보해야 가능하지 아내는 아빠 등에 업여 있고 저는 쳐다만 보면서 갈등이 해결되겠습니까?

돈 문제

아내는 살면서 자기가 부모한테 짐이 되서 죄송하다는 얘기를 자주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앞으로 효도하면 되지." 하면서 아버님하고 밖에서 둘이 술 마실 때, 나도 친구들한테 사위 자랑하고 싶다고 아버님이 하신 말씀을 들려 줬습니다. 그 뒤로 제가 아버님한테 잘 하면 그걸 매번 고마워했습니다.

그래서 저까지 부모님 짐이 될까봐 아버님이 주신 돈은 절대 저하나테는 쓸 수 없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안 받으면 되는데, 안 쓰면 되는데, 받으면서 쓰면서 저만 항상 소외시켰습니다. 그래서 아버님한테도 주지 말라고 말씀 드리고 아내한테도 받지 말라고 해도, 사람이 주는 돈 거절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 그리고 아버님도 따님이 걱정되고 안쓰러워서 그러시는 것도 잘 압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가족이 스스로 걸을 수 있을 때까지는 지켜 봐 주시는 것도 부모의 역활이 아닐까요?

아내가 말하는 밀린 세금도 핑개입니다.

처음부터 월급 다 맡겨도 밀린 세금 걱정한 적도 의논한 적도 없고 한달 생활비를 계획 있게 쓴 적이 없습니다.

저는 예전에도 세금 밀린 적이 많이 있습니다.

언제나 미리 계획 세워서 필요한 만큼 벌었지만 부모님 여행 시켜 드리다 보면, 아들 유학 보내다 보면 갑자기 목돈이 드는데다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할 때도, 계획보다 더 잘 해 드리고 싶은 마음에 무리하게 쓸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때면 밀리고 나중에 갚고.. 혼자 살 때는 돈 쓸 일이 별로 없어서 갚는 것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아내하고 살면서 싸울 때마다 밀린 세금 문제를 거론해서 작년 골덴위크에 아내가 일본에 왔을 때는 다시 아내한테 전부 맡기고 밀린 세금은 제가 알아서 갚는다고 했습니다. 그 뒤로도 제가 갚지 않았던 건 기회비용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출퇴근만 해도 연1억은 법니다. 밀린 세금 문제라고 하기엔 생활하는데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더 필요하면 해외 사업 다시 하면되고 그런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귀국 준비도 해야 해서 사업보다는 투자 공부를 했습니다.

그래서 비트코인으로 100% 가까이 수익내서 아버지 소형차 현금으로 사 드리고 주식으로 70%정도 수익내서 아내 휴대폰 사고, 저희 부모님 추모공원 남동향 명당자리 찾아 드리면서 돈도 제가 주식 수익금으로 보내 드렸습니다.

70% 수익이면, 50만엔 세금 연체 이자가 몇천엔 정도일 때 저는 그걸 주식 투자로 35만엔 추가 수익을 냈습니다. 그 기회 비용이 몇천엔과 35만엔의 차이입니다.

물론 그 세금도 이번에 퇴거 신청하면서 일시불로 다 갚았습니다.

천덕꾸러기

아내는 우리 가족이 귀국하면 부모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아내의 의견을 듣고 계획 세우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의논을 하고 싶어도 언제나 대화가 단절되기 일쑤었습니다.

여행할 때, 데이트 할 때, 쇼핑할 때 그렇게 적극적이고 합리적으로 저를 이끌어 가던 사람이 미래 계획 의논할 때면 안 된다는 말 뿐이었습니다.

돈이 얼마가 있고, 앞으로 얼마를 모아야 되고, 지역은 부모님 가까운데 힘들면 좀 먼곳부터 시작하고, 대출 받아 구입이 힘들면 전세나 월세나 방법을 생각하고 계획해야 하는데, 의견도 아이디어도 의지도 없이 매번 '당신 능력으로는 내가 원하는 거 택도 없으니까 어차피 우리 부모님 도움 받아야 되고 지금 뭘 의논해도 소용 없어!' 라는 느낌만 받고 흐지부지 끝났습니다.

저희는 저희가 알아서 살테니 저희한테 뭘 해주려고 하지 마시라고 부탁드린 거 기억 하십니까? 결혼 전이었던가 아버님하고 곱창집에서 드린 말씀입니다. 제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저희가 의논하고 계획세워서 같이 노력하고 성취하면서 그렇게 살 수는 없습니까?

제가 부모님 천덕꾸러기로 살아야 합니까?

제가 살아 오면서 돈 때문에 무시 당한 경우는 마누라하고 장인 밖에 없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아들 하나라고 저한테만 아파트 주신거, 저는 동생들한테 부끄럽지 않으려고 기어코 그 아파트 비용 전부 부모님한테 갚았습니다.

아버님은 40대 때 지금의 저하고 크게 차이 있었나요? 그리고 제가 지금 아버님 나이되면 아버님 재산보다 적을 꺼 같으세요?

분노

첫번째 글은 저의 분노로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분노는 아내를 향한 것이 아닌, 부모님을 향한 것도 아닌, 제가 처한 상황에 관한 분노였습니다. 어떤 말을 해도 통하지 않고 꼼짝 달싹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빠져 들어 가며 느끼는 분노였습니다. 저는 아내를 사랑합니다.

그렇지만 이 두번째 글은 좀처럼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아프다는 핑개로 두통이 심하다는 이유로 침대에 누워서 흥미로운 동영상을 보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사업 힘들고 지진과 방사능 유출 때 아들 해외로 피난 겸 유학 보내고 혼자서 감당하면서는 저보다 더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동영상으로 보면서 눈물 흘리며 치유하던 방법과는 또 다른 방법이었습니다.

미래

이제 정리하겠습니다.
아버님은 3가지 선택을 하실 수 있습니다.

1. 이제 스스로 걷게 해 주세요.

아버님 어머님은 무병장수를 얼마나 자신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언제까지 업고만 계실꺼예요? 비싼 유모차하고 보행기 남겨 놓으시면 될꺼라 생각하세요? 제발 아내와 저한테 둘이 의지하고 의논하며 살아 갈 기회를 주세요.

2. 합의 이혼

만약에 합의 이혼을 원하시면 저한테 정리할 시간을 주세요. 오랜 세월 혼자 살아서 아내를 만나고 절대 떨어져 살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이렇게 됐지만..

아내는 아빠가 또 결혼하라는 말은 절대 안 하실테고 부담 없이 연애만 하면서 살겠지만, 저는 더이상 혼자 살기 싫으니 또 누군가를 만나겠죠.

아내보다 어리고 이쁘고 저한테 잘 해주는 사람 만나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아내만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아내를 잊는데 1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꼭 저한테서 뺏어 가시겠다면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3. 이혼 소송이나 법적 불이익

사이트 접속자 정보를 보니 처가집 IP에 워드에서 접속한 정보가 있더군요. 증거 모아서 워드로 정리하고 있었나 봅니다. 당연하겠죠. 말도 안되는 짓을 해 가면서 까지 어떻게 해서 얻은 기회일텐데..

이번에도 제 아내가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내버려 두실 생각인가요? 아빠 등 위에서? 스스로 번 걸로는 애들하고 살아 갈 생활비도 안 되는 사람이? 이번에도 소송 비용은 어머님 주식 처분해서 하시겠네요? 아님 명목상으론 아내 돈으로 하고 나중에 아버님이 주시면 되니까?

여튼 저도 피하지 않겠습니다. 굳이 방어할 생각도 없습니다. 공격하시는데로 다 받아 드리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당하면서 참고만 살만큼 착하지도 못하고 또 그렇게 멍청하지도 않습니다. 귀국은 포기하고 핑개김에 살고 싶었던 나라에 가서 살면서 평생 갚아 드리겠습니다.

선택

저희가 평생 사랑하며 사느냐, 평생 싸우며 사느냐는 아버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아내를 만나고 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게 제가 행복해 지는 길이라는 걸 깨닿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걸 실천하는 건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3편: 이유



지아가 바람핀 흔적들

지아의 취하면 덮치는 성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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